광고 필터에 대한 두번째 고민

웹광고 필터 플러그인을 미워할 이유가 있을까?

Ruslan님"FIREFOX, ADBLOCK PLUS 만세!"에 남긴
제  트랙백 "광고 필터 플러그인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가?"
"웹광고 필터 플러그인을 미워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회답을 주셨습니다.

제 블로그의 첫번째 트랙백입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

그러나 Ruslan님께서 제 의견에 별로 동의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
덕분에 저도 더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Ruslan님의 지적은 크게 세 가지 꼭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첫째,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 귀찮지 않은 더욱 영리한 광고의 등장
셋째, 저작권과 광고차단은 다르다.


Ruslan님 뿐만 아니라 다분들도 이해를 잘 못하신 것은 아닐까 해서
다시한 번 고민하고 위의 세꼭지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기로 했습니다.



1.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들의 지속가능성

우선, Ruslan님께서 '광고가 차단되도 어떻게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들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셔서, 만약 추후에 이 '무료 서비스 유지 메카니즘'을 설명해주신다면
제가 아래에 설명하는 내용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인터넷상의 모든 광고가 100% 차단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건 물론 아닙니다.
광고가 노출되지 않았을 때 광고기반 서비스들이 타격을 받을것이란
자명한 사실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결국 사용자에게도 미치게 됩니다.

광고기반 온라인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광고 노출(=학습)을 댓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사용자의 주목을 광고수익으로 변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제 금전적 수익은 광고주로부터 받습니다.

사용자의 클라이언트쪽에서 광고를 차단하면 광고기반 서비스의 가장 근본적인 수익원이 차단됩니다.
광고기반 무료 서비스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물론 광고가 차단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죠.

광고차단으로 인해 광고기반 서비스의 인프라가 훼손되면
이들 서비스의 생존율, 지속성의 감소로 직결됩니다.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광고차단 필터' 자체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만, 메신저가 그랬고 P2P가 그랬던 것처럼
광고차단 필터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갈 것이라 예상합니다.



2. 귀찮지 않은 더욱 영리한 광고의 등장

인지심리학에서 보는 '주목(attention)'의 개념은 '정보의 필터링'입니다.
원하지 않는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이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심사 이외의 광고는 언제나 '의식적 필터링 대상'입니다.
관심사와 관련이 없는 정보는 '귀찮은 정보=광고'가 되죠.

그러나 반대로, 자신의 '주목(관심사)'과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접하면
필터링을 통과하게 됩니다.
이전에 비해 '더욱 영리한 광고'의 등장은 구글의 AdSense, 야후 Overture 등
페이지 컨텍스트 기반 광고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런 광고는 사용자의 주목과 관련성이 높은 광고를 제공하면서
광고가 일종의 정보의 소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광고가 아무리 영리해지고 귀찮지 않아진다 해도(즉 관심사와 연관성이 높아진다 해도)
광고는 "광고주(主)라는 한정된 정보 풀(information pool)에서 뽑아낸 정보로서
전체 이용 가용한 정보의 부분집합(subset)"이라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다시말해
'구글 광고'가 '구글 검색'보다 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없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게 되면 광고는 '정보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미심적은 유료 정보로의 링크'로 전락합니다.

아무리 관심사와 직결되는 영리한 광고라 해도, 검색엔진 결과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이상
광고는 광고, 필터 대상일 뿐입니다.
우리가 과감히 광고 필터 익스텐션을 사용해 광고를 송두리째 차단하는 것은
이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3. 저작권과 광고차단은 다르다

Ruslan님은 '광고 필터링은 저작권 침해와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 정반대라는 생각'이라고 하셨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익, 즉 창작물의 경제적 가치가 창작자에게 귀속되도록 보호하는 것입니다.
반면 '광고의 노출'은 현재 법으로 보호되고 있지 않습니다.

웹서비스 제공자(창작자)의 권익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할까요?

웹서비스 사용자는 광고를 자신의 머릿속에 학습하는 것 이외의 '지불 수단'이 없는데
이 학습을 회피하는 행위는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서비스(제품)를 사용한다는 면'에서
해적판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이렇게 광고를 외면하는 행위는 '더욱 귀찮은 광고'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소프트웨어 설치시 시리얼 넘버와 하드웨어 동글, 온라인 밸리데이션을 요구하는 것처럼
컨텐츠를 가로막으며 번쩍이는 플래시 광고가 종종 등장해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많은 사용자가 광고를 차단게 되면
'저작권'과 정확히 동일선상의 개념으로
'광고권'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할꺼라 생각합니다.

저작권과 광고필터가 정반대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아마도 '사용자의 권익 보호'의 측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바탕에는 '웹서비스는 무료다'라는 개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웹서비스를 포함해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웹서비스는 무료다'라는 관점은 '소프트웨어 역시 무료다' 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웹서비스를 사용하는 댓가로,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교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광고, 즉 사용자에게 강제로 정보를 주입시키는 방법이 지배적인 수익모델입니다.
사회적 교환이야말로 서비스 퀄리티 선순환의 발판이 됩니다.

'웹서비스는 무료다'라는 관점을 버려야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실제로 광고 없는 무료 서비스들이 존재합니다.
이 사실에 비추어 '웹서비스는 무료다' 또는 '무료 서비스가 가능하다'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서비스가 무료인 이유가 여러가지 있겠습니다.
proof-of-concept로 서비스를 시작하는 단계이거나(비즈니스 모델 탐색 시기 / 더 큰 회사에 인수되기),
네트워크 효과(MetCalf's Law 등)에 영향을 받는 서비스들의 맛보기 서비스거나(대부분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분),
자사 서비스 페틀(petal)에 록인 시키고 시너지를 얻기 위한 서비스이거나(구글 blogspot picasaweb docs 등),
서비스 헤게모니를 이용한 수익모델을 쓰거나(위키피디아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기부금' 프로그램 활용),
등등 ...

어떤 경우라도 서비스 지속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해야죠.
이윤을 바라지 않는 명성 추구형 서비스도 있는데(서비스 제공자가 비용 충당)
Ruslan님께서 내일 당장 문을 닫아도 할 말이 없는 '명성(reputation) 추구형 서비스'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비스의 안정성, 지속성 등은 서비스 질(質)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완전 무료 서비스'는 서비스 안정성,지속성 등 서비스의 퀄리티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즉, 광고는 서비스의 질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광고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있습니다.

광고가 많으면 서비스의 안전성, 지속성은 증가하지만 사용하기 난잡해집니다(사용성 감소).
광고가 적으면 이와 반대의 현상을 보이죠.

다만, 광고에 노출되는 것이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에 대한 댓가를 지불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서비스 제공자가 수익을 내는 쪽이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광고는 차단되어선 안된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세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광고는 (또는 광고차단은)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낮추는 양면성을 갖고있습니다.
  • 광고는 아무리 영리해도 '정보의 부분집합'일 뿐이며, 언제나 의식적 필터 대상입니다.
  • '저작권'과 동일한 맥락에서 '광고권'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적절한 수준의 광고'라는 화두가 떠오릅니다.
'이정도 광고라면 눈감아줄 수 있어' 즉 서비스에 걸맞는 수준의 광고...
'광고의 수준'은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적절히 조절될 수 있는 문제인지,
P2P나 '자본'처럼 단방향으로 극화되는 문제인지 궁금해집니다.

by 기타 | 2007/01/18 21:49 | 생각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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