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경제학

낭만 IT 블로거 김국현씨가 쓴 책이다.
이 책을 주문하면서 많은 기대를 했다.
ZD Net 칼럼에서 그의 글은 읽기 적당한 수준의 밀도를 가졌으며
마치 논문의 초록을 보여주듯, 많은 디테일이 그 뒤에 숨어있을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책은 김국현씨가 ZD Net에 쓰던 칼럼 이상의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성긴 저밀도 내용의 반복, 몇 개 되지 않는 다이어그램, 간결하지 않은 문체때문에
"이 책을 압축하면 몇장이나 될까"라는 사악한 상상을 하면서
힘들여 읽었고, 실망했다.

제목에 "학"자를 붙이기엔 용감한 책이다.
말하자면, 주장하는 바에 대한 정확한 레퍼런스를 제공하지 않으니
학문적인 책이 아니라 에세이다. 즉, 논문에 인용할 수 없는 텍스트다.
영문 제목이 "Web 2.0 Economics"가 아닌 "Inside the Web 2.0 & Longtail"인데
과감하게 "경제학"을 붙인 점이 의아스럽다.

그러나 현실계, 이상계, 환상계로 나눠 본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테야르 드 샤르뎅이 1900년도 초반에 내놓은 '정신계' 혹은 '인간 정신 영역'라는 개념,
즉 커뮤니케이션이 궁극적으로 자유로워 졌을 때를 가정한 '정신적 사고의 세계'라는 개념을
웹의 기술과 접목지어 '이상계'로 소개하고 있다.

'환상계'는 아직 현실에는 없지만 인간이 본성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것으로,
굳이 말하자면 '이상계'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언급한 '어린 게임 네이티브'라는 말은
'환상계'가 다시 '현실계'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 해석의 여지를 주는데,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이들이 언젠가 섞여질 것임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하니
환상계, 이상계 그리고 현실계의 구분은 다시 모호해진다.

이 책의 어텐션에는 "필터"의 개념이 없는데 이점이 매우 안타깝다.
허버트 사이먼이 말한 "어텐션"을 인용해 "희소자원"으로 해석하는
부분에서 다른 책들과 다를바가 없다.

물론 이 책이 다루는 분야의 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내용일 것임에는 틀림없다.

("웹 2.0 경제학"이 근간에 읽은 책 중 가장 "고되게" 읽은 책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영역의 것이니,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 실망했다는게 실망스럽다"는 댓글은 달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by 기타 | 2007/02/02 02:34 | 생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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